‘사일로 현상(Silo Effect)’이라는 말이 있다.
 
곡식을 저장해두는 원통형 모양의 독립된 창고인 ‘사일로’에서 생긴 경영학 용어로,
기업에서 각 부서들이 사일로처럼 서로 담을 쌓고,
자기 부서의 이익만 추구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사일로 현상(부서이기주의)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http://www.flickr.com/photos/ninjapotato/1130172117/



그리고 기업에서만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다.
정치에서의 지역이기주의,
전문가 집단의 지역이기주의,
공직사회의 부처이기주의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부서이기주의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유는 있다.
 
첫째는 사업부제의 도입이다.
기업마다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
각각의 사업부가 별도의 독립회사처럼 운영되는 사업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둘째는 인센티브 제도의 활성화이다.
각 사업부가 자기 부서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자기 부서의 실적에만 매달리고

다른 부서나 회사 전체의 이익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부서이기주의는 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부서와
이것을 판매하는 영업부서 간에 가장 심각하다.


영업부서는 “개발부서에서 협력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해주지 않아서 영업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개발부서는 “사람도 부족하고 시간도 없는데 영업에서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고 각을 세운다.


그러다 보니 ‘사내접대’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영업부서가 개발부서에 술을 사줘야 일의 진행이
원활하다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http://www.flickr.com/photos/alphadesigner/1369455876/



그러면 이러한 부서이기주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잘못된 접근 방식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구성원들의 태도 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이다.

“상대에 대해 배려하라, 우리는 공동운명체다. 역지사지해봐라.” 등등으로 정심교육을 강화하고 멤버십 트레이닝 같은 행사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다른 하나는 소통 강화이다.
부서 간에 소통을 강화하면 부서이기주의가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안 하는 것 보다는 낫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http://www.flickr.com/photos/mottram/655720/



우선은, 부서 간에 쟁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그것을 풀어줘야 한다.

모든 것은 이해타산의 문제이다.
그것이 돈의 문제이건 일의 문제이건 말이다.
하지만 이런 쟁점 해결 방식은 일회적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갈등을 풀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

공동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협업구조를 만들고,
내 밥그릇 남의 밥그릇이 따로 없는 이익분배 시스템을 갖춰줘야 한다.
 
그리고 조직 전체의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1960년대 초반, 우주개발 경쟁에서 소련에 밀린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내부에서 책임을 다른 부서로 떠넘기는
사일로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데 케네디 대통령이 “10년 안에 우리는 인간을 달에 보낼 것이다”는
확고한 목표를 심어줌으로써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끝으로, 가치를 공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한 방향을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

그랬을 때, 남과 나, 내 부서와 다른 부서를 비교하며 시샘하는 마음을 ‘우리’라는 용광로에 녹여버리고, 남이 잘 돼야 나도 잘 될 수 있다는 ‘한 배 의식’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KG가족 회장 곽재선
KG케미칼, KG 옐로우캡, KG ETS, KG제로인,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이데일리가 가족사로 있습니다. 존경받는 기업, 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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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메리카노 2012.07.19 13:13

    구성원들에게 확고한 비전을 심어주는 일,
    그것은 국가를 경영하고, 회사를 경영하는 일 외에
    작게는 가정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도 필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말 가슴에 남는 글이네요!
    언제나 주옥같은 글로 감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포팅해 가도 되겠지요?

  • 블루베리 2012.07.19 14:37

    '사일로'가 곡물을 저장하는 창고인 줄만 알았지,
    '사일로 현상'이란 말이 있는 줄 오늘 첨 알았습니다.

    참, 여러가지로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하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김태호 2012.07.19 16:25

    저는 가치관 공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가치관 공유도 정말 중요합니다.
      구성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까지 말이죠^^;

날짜

2012. 7.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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