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번째 窓

 

"훈계와 징계의 선택"

 

 우리집에는 강아지 두 마리가 같이 삽니다. 한 마리는 열세 살짜리 암컷이고요, 다른 한 마리는 수컷인데 갓 6개월 된, 진짜하룻강아지입니다. 함께 산 지 꽤 되다보니 열세 살 된 암컷은풍월을 읊는 서당개근처까지 다가갔습니다. ‘훈계를 제법 알아듣는다는 뜻입니다. ‘해라고 하면 발딱 일어서고, ‘하지 마라고 하면 순간 얼음이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6개월짜리 하룻강아지입니다. 범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니까요. 천방지축 덤벼들고, 이리저리 물고 뜯고,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닙니다. ‘해라, 마라의 훈계가 도대체 먹히질 않는 거지요. 결국 매를 법니다. 신문지를 돌돌 말아 만든 몽둥이에 콧잔등이 협박당하는 징계를 받는 겁니다. 요즘은 신문지만 말아도 살짝 움찔하는데요. 아마도훈계 끝에 징계가 온다는 것을 배워가는 중일 겁니다.

 

, 이제 사람 얘기를 해볼까요. 최근에 들었던 목사님 말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질 객관적 판단이 어렵다. 그러니 끊임없이 객관적 기준을 들이대는훈계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사람은 누구나내 멋대로나갈 여지가 있으니, 끊임없이그가 처한 처지를 일러줘야한다는 얘깁니다. 목사님의 신분과 역할을 십분 고려해보면 아마 그 배경에는 신앙생활에 대한 독려가 최우선으로 올라가 있을 듯합니다. ‘성경에 나온 가르침을 잘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차 없는 징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처럼 말이지요.

 

그렇다고 종교적인 설득만도 아닙니다. 훈계니 징계니 하는 건 우리의 일상이고 우리 삶의 진정성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학창시절에 특히 그랬지요. ‘지각하지 마라’ ‘공부 열심히 해라’ ‘싸우지 마라등등의 훈계가 학교생활에서 들은 얘기 중 절반은 넘지 않았을까요. 그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 청소니 체벌이니 하는 징계가 날아왔고요.

 

성인이 되어서도 그다지 달라진 건 없습니다. 여전히지각하지 마라’ ‘일 열심히 해라가 포함될 거고요. ‘싸우지 마라를 대신해선 좀 고차원적인효율·합리·혁신등등이 나타났을 겁니다. 징계요? 물론 학창시절보다 더 극적입니다. 심하면 밥벌이를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 훈계란 게 뭘까요. 사전에선타일러서 잘못이 없도록 주의를 주는 일로 정의한다는데, 그 일이해라, 마라뿐일까요. 아닙니다. 내가 생각하는 훈계는 지난 삶에서 나오는모든가르침입니다. 예컨대 사람은 물론이고 책이든 영화든, 또 과거의 역사든 어떤 것이라도, 우리 삶에 맞지 않는 것을 일러주고 가르쳐줄 때 나는 그것이 훈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훈계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겁니다. 친구와 동료 간에, 선후배 사이에도 할 수 있고요 자식이 부모에게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징계가 굳이 체벌만이 아닌 것처럼 말이지요.

 

간혹 주위에 누구나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말을 거칠게 한다든가 장난이 심하다든가 주사가 있다든가 하는. 그의 친구가 작정을 하고 그불편함을 충고했다고 합시다. 훈계인 거지요. 그럼에도 그 사람이 친구의 말조차 듣지 않았다면? 아마 둘의 관계가 끊어지고 말 겁니다. 그 사람은 친구를 잃는 징계를 받은 겁니다.

 

그렇다면 말이지요. 사람들은 왜 훈계에서 멈추지 않고 징계가 올 때가지 기다리는 걸까요.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본능을 추구하는 일에 너무 빠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아니라면 게으르고 나태해서고요. “당신의 폐가 안 좋으니 담배를 끊으세요라는 의사선생님의 훈계를 안 들으면 폐암이란 징계를 받지 않겠습니까. 자기중심적인 판단도 훈계를 방해하는 듯합니다. 상황을 자신이 유리한 대로 해석하는 거지요. 하지만 그 해석은 공정한 것이라기보다 스스로의 본능에 굴복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말한 목사님의자기중심적인 본능이란 지적이 바로 그것이겠지요.

 

훈계의 핵심은 징계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징계는 곧아웃이니까요. 이런 일에 반드시 윗사람만 나서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똑 부러지게 뭘 가르치는 거나 질책하는 일만도 아닙니다. 가족이나 동료가 조근 조근 일러주는 생활의 지혜, 걱정하는 말도 훈계일 수 있는 거니까요. 또 한편으로 보면 아예 지키라고 우리가 만들어둔 법과 제도도 훈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른바사회적 훈계입니다. 역시 듣지 않을 땐 징계가 따릅니다. 감옥에 갇히는 신체적 징계, 벌금을 내는 물질적 징계 등등.

 

좋은 말로 할 때 듣는 것이 좋습니다. 징계가 오면때는 늦으리라가 됩니다.

 

처음엔 콧잔등을 좀 맞아야 하긴 하지만 한낱 강아지도 훈계를 알아듣습니다. 아내의 충고를 매번 잔소리라고 무시하다가 기어이이혼청구서를 받아들고 정신을 차릴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 이쯤 되면 우리가 훈계를 선택해야 할지 징계를 선택해야 할지, 답은 나온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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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의 窓

날짜

2018.11.0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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