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번째 窓

 

"로열티가 필요한 이유"

 

 사람은사회적 동물입니다. ‘소속을 가졌다는 뜻이지요. 개인이어도 개인만이 아닌, 타인과의 끊임없는 관계아래 존재한다는 의미고요. 작게는 가족부터 학교나 회사가 있고 크게는 국가, 더 크게는 세계와 우주에까지 이를 테지요.

그런데 이 사회적 동물은 크게 두 종류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로열티가 있는동물과로열티가 없는동물. 로열티라는 말이 그리 어려운 건 아닙니다. 우리말로 옮기면충성에 가장 가까울 테니까요. ‘로열티가 있다고 말할 땐 자신이 몸담은 소속에충성하고 있다는 뜻이 되겠지요. 가족, 학교, 회사, 국가, 세계, 우주, 그 어디가 됐든 말이지요.

사실 나이가 좀 든 세대라면 충성이란 단어에 거부감이 없지 않습니다. 예전 반민주시대를 살던 때 유독 국가가 강요했던 충성에 대한 트라우마 탓일 텐데요. 젊은 세대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아부, 아첨, 굴복, 종속 따위와 충성을 동격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로열티와 충성 사이의 묘한 어감 차이로 자신의 행동을 구분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결국 같은 말인데, 충성은 고리타분한 구시대유산으로 로열티는 세련미 물씬 풍기는 현대신문물로 받아들이는 거지요.

예컨대 누가 이렇게 말했다고 칩시다. “너 회사에 엄청 충성하더라.” 아마 치고 박고 싸움나기 십상일 겁니다. 대신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대단한데라고 했다면? 아마 술 한 잔도 얻어 마실 수 있을 겁니다. 시쳇말로웃프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이 칼럼에선 술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는로열티로 밀고 나갈까 합니다.

그렇다면 로열티는 왜 필요한 걸까요. 그냥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반문할 수도 있을 텐데요. 내 대답은행복해지려고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크고 작은 조직의 일원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흔히 주위에서 자주 듣는 푸념이 있습니다. “우리 집은 왜 이 모양이야” “우리 회사는 정말 이거밖에 안되나” “마음에 맞는 동료가 하나라도 있어야지 원등등. 결론적으로 나를 둘러싼 환경이 아주 못마땅하다는 건데요. 과연 이런 여건에서 행복한 삶이 가능하겠느냐는 거지요. 로열티가 없는 조직에서 죽을 때까지 산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불행한 일이고요, 또 조직은 조직대로 구성원의 로열티조차 받지 못하면서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일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자신도 손해, 조직도 엉망. 둘 다 망가지는 겁니다.

물론 이런 의심을 할 수 있겠지요. 로열티도 감정의 문제인데 마음만 다부지게 먹는다고 없는 로열티가 생기겠느냐고요. 아닙니다. 나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없던 로열티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근거는 이렇습니다.

첫째, 로열티는 수용하는 자세에서 생깁니다.

그러니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이고 우리 가족의 아들딸이며 지금 다니는 회사의 일원이란 것을 인정하라는 뜻입니다. 하루종일 크고 작은 조직과 부대끼면서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고 나는 저 사람들과 다르다는 식으로 거리를 두는 건 참 어리석은 짓이라는 거지요.

수용하는 자세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순종과 복종. 별 다를 게 없는 듯하지만 사실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내 마음이 동의를 했느냐 안 했느냐의 차이. 가령사장님이 나에게 일을 시켰다, 나는 그 일을 하기가 싫다, 그런데도 사장님이 시킨 일이니까 해야 한다. 그래서 했다.” 이건 복종입니다. 반면사장님이 나에게 일을 시켰다, 아 그 일을 했어야 하는구나, 그래서 했다.” 이건 순종입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알아챘을 겁니다. 로열티에 필요한 건순종하는 수용성입니다. 그런데 순종이 잘 안 되는 건 왜 그럴까요. 충성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겁니다. “너 회사에 엄청 충성하더라란 말끝에 투닥투닥 싸움박질을 벌이는 경우가 그것이겠지요. 정말 충성이란 게 그토록 지탄받을 만큼 나쁜 거던가요. 불행의 시작은 되레 이를 거부하는 데서부터 생기는데.

둘째, 로열티는 감사하는 마음에서 싹틉니다.

사람이 사는 일인데 밉고 섭섭한 게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결국은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 상사와 부하 혹은 동료끼리 고마워하는 마음을 품고 가야 합니다. 참 별 거 아닌 그 고마움이 가족을, 회사를 단단하게 행복하게 하니까요. 감사할 거리를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 아버지가 대기업 회장은 아니어도 나를 이만큼 성장시켰으니 감사하고’ ‘연봉은 좀 마음에 안 들지만 우리 회사가 나를 이만큼 생활하게 해줬으니 감사하다처럼요.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덕분에 이제 로열티가 생길 거란 지레짐작에 방심하는윗분들은 없겠지요. 로열티라는 게 아래에서 위로만 향한다고 믿는 건 착각이란 얘기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놓고웬수같은 놈이 어째 내 속에서 나왔나라며 한탄만 하고 있다면, 사장이 직원을 뽑아놓고내 옆에는 어째 이리 멍청한 놈들뿐이냐고 탄식만 하고 있다면 어찌되겠습니까. 로열티 없는 세상의 불행이 이미 시작된 겁니다. 결론은 쌍방향입니다. 그렇게 양쪽을 향하다보면 어느 순간 누구를 위한 로열티보다 나 자신을 위한 로열티가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강해질 겁니다.

끝으로 하나만 덧붙일까요. 우리말 발음으로는 거의 구분이 안 되지만 이제껏 내가 말한 로열티는 알파벳 L로 시작하는 로열티(loyalty)였지요. 사실 우리에게 더 친숙한 로열티는 알파벳 R로 시작하는 로열티(royalty)지요. 남의 상표권이나 소유권·저작권을 사용하고 지불하는 사용료란 뜻의 단어 말입니다.

 

우리 가족사 임직원들에게 로열티(royalty) 없이 로열티(loyalty)만으로 전하는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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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의 窓

날짜

2018.11.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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