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번째 窓

 

"허들은 넘는거지 피하는게 아니다"

 

 육상종목 중에허들경주라는 게 있습니다. 스타트라인부터 일정간격을 두고 설치한 10개의 허들을 훌쩍훌쩍 뛰어넘으며 달리기를 겨루는 경기를 말하지요. 장거리 허들경주라면 허들뿐만 아니라 가끔 물웅덩이도 한 번씩 넘어줘야 합니다. 어쨌든 경기의 핵심은 장애물을 모조리 통과하고 골인지점에 빨리 도착하는 겁니다.

 

그런데 드물게 경기장에선 황당한 장면이 보이기도 합니다. 선수가 허들을 피해 옆으로 통과하는 경우 말입니다. 결과가 어찌 나올까요. 그 선수가 1등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아마 바로 실격처리될 겁니다.

 

허들경주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우리네 세상살이가 이런 장애물경주와 같지 않을까 합니다. 사는 일에 허들이나 태클 따위가 없으면 참 좋으련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장애물이란 게 우리 인생에서 그렇게 험한 과정이기만 할까.

 

간혹 내가 우리 직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업무의 진행이 영 시원치 않을 때 말입니다. “왜 제대로 안 되고 있지?”라고 물어보면 대개 이런 이유가 돌아옵니다. “인원이 부족합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다른 부서에서 협조를 안해줍니다등등. 이 말들을 다시 풀어보면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환경과 여건이 온통 지뢰밭이라 뭘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좀 알아주세요란 뜻인 거지요.

 

이런 장면은 굳이 나와 직원 간의 대화가 아니더라도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서 자주 펼쳐질 테지요. 그런데 이쯤에서 슬슬 의심이 생깁니다. 과연 그 이유들이 정말넘지 못할 장애물인가. 그저넘어가기 불편하고 힘든 장애물은 아닐까. 아마 적잖이 그럴 겁니다. 눈앞에 죽 서 있는 장애물이애초에 넘기가 불가능한 건지그냥 귀찮기만한 건지, 제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장애물 탓만 하는 경우 말입니다.

 

비단 회사일에서 뿐일까요. 원체 우리 삶은허들 넘기의 연속입니다. 그저 차이가 있다면더 높은 허들좀 낮은 허들이 있을 뿐이지요. 내가 아는 한 세상은 절대로 꽃길만 내어주지 않습니다. 편한 길 같아 마냥 좋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지도 않은 어려움을 만나게 되더란 겁니다. 쉬운 길은 대체로뒤끝이 좋지 않은 법이지요. 거기에 비하면 차라리 허들은 깔끔합니다. 숨 한번 크게 쉬고 폴짝 뛰어넘으면 한 고비는 넘기는 거니까요. 몇 차례 넘다 보면 기량도 늘고 자신감도 생깁니다.

 

허들경주에 나서자고 했으면 허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허들은 넘으라고 놓아둔 거지 피하라고 놔둔 게 아니니까요. 우리네 인생도 다를 게 없습니다. 어차피 장애물경주를 피할 수 없다면 마땅히 장애물을 넘어야 게임이 끝납니다. 요리조리 빠져나간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스포츠의 허들경주와 인생의 허들경주가 다른 점이 있다면 말이지요. 스포츠경기에서는 허들을 피해버리면실격자로 끝나지만, 인생에서는 실격자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운 좋게 한두 번은 피할 수 있다고 칩니다. 점점 크고 높아지는 장애물이 몰아닥칠 거고요, 이를 감당하지 못해 헉헉대다가 결국 인생의패배자로 낙인찍힐 테니까요.

 

다른 점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스포츠의 허들경주는 누가 잽싸게 들어오는가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빨리 달리기 시합이지만, 인생의 장애물경주는 빠르고 늦는 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끝까지 달리기 시합이란 겁니다.

혹여 달리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요? 그건 봐줍시다. 스포츠에서도 그렇지 않습니까.

 

허들을 부러뜨리든 자신이 넘어지든 고꾸라지든, 장애물을 피하지만 않는다면 적어도실격처리는 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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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의 窓

날짜

2018.11.0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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