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번째 窓

 

"일과 친해지는 방법"

 

 퀴즈 하나 풀고 갑시다. 이것이 무엇일까요.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숙명적 관계. 그럼에도 늘 좋아할 수도 늘 싫어할 수도 없는 애증이 절절 끓는 사이. 있으면 귀찮지만 없으면 구차해지며, 많으면 도망가고 싶고 사라지면 기어이 찾아나서야 하는 것. 짐작이 됩니까. 바로입니다.

 

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요. 넘쳐나도 큰일이다 싶지만 없어지는 건 더 큰일이고요, 사람을 풍요롭게도 만들기도 비참하게도 만들기도 합니다. 순직이란 말이 나올 만큼 우리 삶에 절대적이기도 하고요, “일이야? 나야? 둘 중 하나 선택해!”란 상황이 만들어질 만큼 적대적이기도 합니다. 아마 먹고사는 문제가 결부돼 있기 때문일 겁니다. 없으면 당장 위기의식이 생기는 거지요. 사실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일이 없으면 인생이 초라해지고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일의 또다른 종류로 취미나 봉사활동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의 두 번째 역할일 뿐이지요. 일의 첫 번째 역할인 먹고사는 문제를 취미나 봉사활동으로 해결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회사에서 하는 일취미나 봉사활동으로 하는 일의 느낌이 다른 걸까요. 어째서 취미나 봉사활동을 할 때 느끼는 희열이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보다 더 센 걸까요.

 

한겨울에 산동네에서 연탄 나르기를 하거나 세계 오지를 찾아가 아이들을 돌보는 등, 종교단체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자원봉사란 이름으로 하는 온갖 허드렛일은 아주 즐겁고 보람이 된다고들 합니다. 그뿐인가요. 산을 타고 벽에 오르고 파도를 타고 하늘을 나는격한취미생활에도 적극적입니다. 아마 회사에서 시켰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들이겠지요

 

물론 취미나 봉사활동이 자신들의 생업보다 결코 약하다고 할 순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차이가 나는 건 먹고사는 일과 취미·봉사활동을 하는 감정 사이에 뭔가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아마 과학적이고 심리적인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분석을 내놓고 야무지게 한마디씩 보태기도 했을 텐데요.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시각은 좀 다릅니다. ‘일과 얼마나 친한가의 차이 때문이란 겁니다. 취미나 봉사활동과는 달리,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과는 별로 친하지 못해서란 거지요. 결국 마음이 움직이는 행위와 의무·책임이 움직이는 행위의 차이일 겁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먹고사는 일을 힘들게만 해야 하는 걸까요. 험하디 험하다는 3D 직종처럼 일 자체가 버겁고 어려운 거야 어쩔 수 없다고 해두지요.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일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먼저 일이 왜 어렵고 힘든지부터 따져봐야 할 겁니다. 보통은 내가 한 만큼 일의 성과가 잘나오지 않을 때 힘들어집니다. 심혈을 기울여 상품도 만들고 마케팅전략도 짰는데 시장에서 반응이 영 시원치 않을 때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뿐일까요. 어떤 일을 시작할 때결과가 안 좋을 거다라고 미리 단정하는 경우는 없을까요. 내가 볼 땐할 만하다는 긍정적인 신호보다죽을 맛이다란 부정적인 신호가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일도 마음의 영역이란 얘기지요. 해결책은 역시 일과 친해지는 겁니다. 일과 친해지려면 일을 덜 힘들게 하는 게 좋고요, 일을 덜 힘들게 하려면 결과를 빨리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 역시 짧을수록 좋습니다. 피드백이 짧아야 수정도 빨라질 테니까요. 오래 붙들고 있어 봤자 진만 뺄 뿐이란 뜻입니다. 권투선수가 그렇다고 하지 않나요. 휘두르는 주먹에 상대가 맞지 않고 헛스윙이 될 때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말은 우리가 하는 일에 바로 적용됩니다. 평생 함께할 일과의 동거가 불가피하다면 그 일과 친하게 지내는 법을 찾는 것이 현명합니다. 타깃을 짧게 잡고, 결과를 빨리 보고, 그 결과에 주눅 들지 말 것. 오늘의 결과가 절대로 내 인생 전체를 다 지배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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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의 窓

날짜

2018.11.0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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