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번째 窓

 

"목표를 상실했을때가 슬럼프다"

 

 운동선수가 늘 염려하는 것이 두 가지랍니다. 하나는 부상, 다른 하나는 슬럼프. 연습이나 경기 중에 당하는 부상이야 다 아는 내용일 거고요, 한동안 연습효과도 올라가지 않고 의욕도 떨어져 성적이 추락하는 시기를 슬럼프라 한다지요.

 

스포츠에서 가장 많이 쓴다지만 슬럼프란 말은 우리가 일상용어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슬럼프라 일이 안 된다” “슬럼프에 빠져 술이 늘었다처럼요. 잘 나가던 사람이 그 자리에서 맴맴 돌거나 영 부진한 상태가 돼버리는 걸 말하지요. 마치 버퍼링에 걸린 동영상처럼 말이지요.

 

참여정부 때의 일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후 딱 3개월 만에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이 있습니다. “대통령 못해먹겠다!” 이 말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수진영에게 좋은 빌미가 되고 있나 봅니다. 막말논란 혹은 무능한 대통령 등을 들먹일 때 어김없이 등장하니까요. 하지만 나는 그 상황을 달리 읽었습니다. ‘대통령직의 슬럼프였다고 말이지요. 사업가도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나 더 이상 사업 못해먹겠어라고요. 직장인이라면회사 다니기 싫어가 되겠지요.

 

살면서 우린 심심찮게 슬럼프를 말합니다. 이유도 다양합니다. 몸이 아프다, 집안에 우환이 생겼다, 실직했다, 실연했다 등등. 틀린 말은 아닙니다. 뭔가 추구하는 바와 원하는 바가 없어질 때 느끼는 상실감, 그것을 슬럼프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더 나아갑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슬럼프는 뭔가목표를 잃어버릴 때찾아오더란 겁니다. 올인하던 대상이 사라졌을 때, 겨누던 과녁이 치워졌을 때 상실감에 빠져 의욕을 잃고 그냥 술타령만 하고 있더란 겁니다.

 

흔히 젊은 친구들에게네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히빛의 속도로 내놓는 대답들이 있습니다. “부장으로 승진하는 겁니다.” “매출 200% 성장” “창업 해야지요” “연봉 인상!” 이런 것도 있지요. “올해는 꼭 집을 장만하렵니다.” “단연 결혼입니다.” “로또 당첨이요.” 다 좋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분명히 목표를 말하라고 했는데 다들 소원을 빌고 있으니까요.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목표라는 게 무엇을 가지는 건 아니란 겁니다. 진정한 목표는 뭘 얻는 게 아니라무엇을 해야겠다’ ‘무엇을 하고 싶다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명품백, 잘빠진 자동차가 목표일 수는 없는 거지요.

 

예컨대 매일 30분씩 운동을 하겠다, 이것은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누구에게든 좋은 말을 해주겠다, 이것도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장이 돼야겠다, 이것은 목표가 될 수 없는 겁니다. 사장이 돼서 무엇을 해야겠다까지 나와줘야 비로소 목표가 되는 겁니다. 사장이 되는 걸로 끝나선 안 된다는 얘기지요.

 

우리나라에 국회의원이 300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의원이 돼서 무엇을 하고 싶다기보단 그저 의원이 되고 싶었던 경우가 대부분인 듯합니다. 지금껏 욕먹는 정치판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지요. 아마 목표를 거기서 끝나버려서가 아닐까요.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겠지요. 초심으론 무엇을 하겠다는 다짐도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각오가 점점 옅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고. 바로 그것이 슬럼프인 겁니다. 더 이상 어떤 걸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 그때 들이닥치는 것.

 

만약 무엇을 가지는 것이 목표라면, 그것을 얻은 사람은 슬럼프라는 게 없어야 합니다. 최고의 배우, 대통령, 국회의원에게는 슬럼프가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요. 그들도 슬럼프를 겪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정이 이렇다면 슬럼프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봐야겠지요. 두 가지만 얘기해볼까요. 하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을 끊임없이 찾는 것입니다. 작은 목표를 꾸준히 마련하란 소리입니다. 오늘이 모여 내일이 되고 한 주가 되고 한 해가 되고 평생이 될 수 있도록. 뭘 해야겠다, 뭘 봐야겠다는 자극이 계속 있다면 당장 힘든 일쯤은 잠시 잊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하나는걱정고민을 구분하는 겁니다. 가령 어깨가 축 쳐져 있는 직원이 불려 와서매출을 어떻게 올릴까 고민 중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칩시다. 그것이 정말 고민일까요. 내가 장담컨대 그건 걱정입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우리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 때는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를 궁리하는 게 대부분이니까요. 게다가 고민은 잠시 멈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다릅니다. 걱정하고 있을 땐 힘들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멈출 수도 없고 조절도 불가능하지요.

 

사실 슬럼프가 있다, 없다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슬럼프는 자신의 상태를 재는 잣대에 불과하니까요. 결국 슬럼프에 빠져 있다는 건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고요, 행복하지 않다는 건 지금 하고 싶은 목표를 잃어버렸다는 뜻인 겁니다. 행복해지고 싶습니까. 뭐 간단합니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면 됩니다. 소소한 목표를 만들면 됩니다.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찾아즐겁게 고민하면 됩니다. 하다못해오늘은 칼퇴근해 영화 한 편을 봐야지같은 것이라도요. 이른 퇴근 후 어떤 영화를 볼지 즐겁게 고민하는 건 참 행복한 일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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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의 窓

날짜

2018.11.0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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