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번째 窓

 

"살면서 언제 가장 기뻤나요"

 

‘내가 가장 기뻤던 순간이 언제였나.’

살면서 한 번쯤은 해봤을 질문입니다. 내가 볼 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때는 보통 둘 중 하나인 경우 같습니다. 사는 게 힘들어서 자꾸만아 옛날이여!’를 외치고 있을 때가 그렇고요. 아니면 어떤 일이 계기가 돼 주마등처럼 필름을 돌려보게 되는 때가 그럴 겁니다. 게다가 다들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하다고 하는 시절 아닌가요. 부쩍 자주 좋았던 순간, 기뻤던 순간을 되돌아보게 될 겁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잘 돌아가던 회상필름이 뚝뚝 끊기는 난처한 경우가 생기더란 겁니다. 소소한 에피소드는 많은데가장 기뻤던 때’ ‘제일 좋았던 때가 언제인지 딱히 말할 게 마땅치 않더란 거지요.

 

로또 복권에 1등 당첨을 맞아본 적이 없으니 까무라칠 만큼의 극한희열도 없고, 장기간 불경기다 보니보너스 몇 백 프로같은 대박재미도 없이 살고 있더란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건 누구나 다 한 번씩 겪는 일일 텐데요. 예를 들어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던 날,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한 날, 첫 아이가 태어난 날 등등.

 

물론 그런 일상의 날들이 정말 좋았던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많을 거란 게 내 판단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마지못해 찾아낸그저 그런 일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기쁨이니 슬픔이니 하는 건 오로지 단 한 사람, 나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이니까요. 나는 남들이 별로라고 고개를 가로젓는 일에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당신은 누구라도 엄청 기뻐할 일에 시큰둥할 수도 있지요.

 

사실제일 기쁘다는 감정은 크기를 잴 수 있는 것도, 무게를 달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측정을 못할 우리가 아니지요. 최소한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고 얼마나 바라고 얼마나 힘들었나를 보면 되니까요.

 

사법고시에 합격한 두 청년이 있었답니다. 한 청년은 준비를 시작하고 첫 시도에 척 붙었습니다. 다른 한 청년은 10여년이 걸린 진짜 ‘78였습니다. 한 청년은 집안형편도 괜찮은 데다가 머리까지 좋아 크게 어렵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다른 한 청년은 생활고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다가 노력만큼 성과도 잘 안 나와 오랜 시간 고생을 했다고 하고요.

 

, 두 사람 중 누가 합격의 기쁨을 더 크게 느꼈겠습니까. 당연히 78기의 청년이 아니었을까요. 누구보다 애절하고 누구보다 힘들게 얻어냈을 테니까요. 합격이란 결과는 똑같았을지언정 합격으로 얻은 감정의 농도는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어디 사법고시뿐이겠습니까. 갖고 싶은 물건도 힘들게 구해야 귀한 것이 되고, 사랑도 어렵게 쟁취해야 값진 게 되는 법입니다. 결국 기쁨의 크기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합니다. ‘가장 기뻤던순간에 답을 얻으려면 그만큼에 해당하는가장 간절한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겁니다. 적당히 기쁘려면 적당히 하면 되고, 미친듯이 기쁘려면 미친듯이 달려들어야 하는 거지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겁니다. “죽을 만큼 기쁘고 싶은가. 그러면 죽을 만큼 힘들어라!” 그렇다고 인생에 채찍만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당근도 있어야지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고되고 힘들다고? 절망하지 마라. 그 대가도 커질 테니까.” 여기에 반전도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편해서 좋은가. 앞으로 얻을 것도 별로일 거다.”

 

좀 가혹하다 싶습니까. 어쩌겠습니까. 내가 볼 땐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정답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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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의 窓

날짜

2018.11.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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