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번째 窓

 

"정해진 것과 정해지지 않은 것"

 

 어디서 읽은 내용입니다. “누구나 자기가 먹을 양이 정해져 있다.” 이런 말도 들었습니다. “평생 남자는 80톤을 먹고 여자는 60톤을 먹는다.”  무슨 말일까요. 사람은 자신이 먹을 양을 정해놓고 태어나는데 그걸 다 먹으면 곧 죽음에 이른다는 얘기입니다. 인체가 소화기능을 통해 몸에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 정해져 있다는 건데요. 병에 걸리거나 세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결국 정해진 양을 빨리 해결하면 빨리 죽게 되고 정해진 양을 천천히 소화하면 그만큼 오래 산다는 논리입니다.

사실을 확인해본 적은 없습니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식장수는 과학적으로 증명됐으니까 일면 타당하다 싶기도 합니다.

 

이 논리와 연관해 또 하나의 억지 아닌 억지도 성립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돈주머니를 차고 태어난다는 게 그겁니다. 아무리 노력하고 천지개벽을 한다 해도 정해진 그 이상의 재산을 가질 수 없다는 소리지요. 조금 짜증이 나지만 이 또한 마냥 괴변으로 들을 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돈이 좀 모이나 싶으면 귀신같이 돈 쓸 일이 생긴다.” 이런 푸념은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최소한 두 가지는정해져 있는겁니다. 먹을 수 있는 음식량과 품을 수 있는 재산의 크기. 그런데 이것뿐일까요. 인생에는 미리정해지지 않은 것도 최소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양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갈 수 있는 길의 길이입니다.

 

세상에 태어나면 누구나 뭔가를 하다가 떠납니다. 어떤 일이든 어떤 행동이든 결국은 내가 하는 양이 딱 내 일의 그릇이 되는 거지요. 하지만 그릇의 크기만큼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욕심을 부려 제대로 덤벼들자고 하면 결과야 어찌됐던 그만큼은 내가 해본 것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정주영 회장이나 이병철 회장처럼 세상에 큰 그릇을 빚어 놓고 떠난 이도 있습니다. 반면 어떤 작은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떠난 이도 있지요.

 

내가 내 발로 밟을 수 있는 거리도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여행을 하든 운동을 하든, 내 몸과 내 발을 써서 직접 가서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일이 포함됩니다. 이 역시 온전히 나 자신의 의사와 판단에 따른 것이니 미리 정해지지 않은 영역입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 중에 설악산 정상을 밟아본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마라톤에 한 번 나서보겠다고 결심한 이는 또 몇이나 될까요.

 

그렇다면 답은 나온 듯합니다. 이미 인생에서 할당량이 떨어진정해진 것에 과욕을 부리지 말고 차라리정해지지 않은 것에 열망을 가지는 것이 현명하다는 겁니다. 더 많은 것을 해보겠다는 열정, 가보지 않은 곳에 발을 내딛어 보겠다는 용기 말입니다.

 

결국 내가 하는 것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내가 가는 곳까지가 내가 갈 수 있는 길입니다. 한 번 시도도 해보지 않고난 못 한다고 포기하고, 한 번 나서보지도 않은 채거기까진 무리야라고만 말한다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그냥 내버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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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의 窓

날짜

2018.11.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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