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 窓

 

"삼세판은 간절함이다"

 

 가끔 내기를 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종종 봅니다. 두어 번 내리 진 쪽이삼세판이니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말입니다. 상대에 따라 애원이 먹힐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사람들은 삼세판을 그리 좋게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첫판에 진 것은 실수라고 해도, 두 번째 판까지 진 것은 실력이 없어서고, 세 번째 판이라고 뭐 뾰족한 수가 나오겠는가 해서지요.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삼세판은 좀 다릅니다. 첫 번째 판은 보고 듣고 느끼는 단계, 두 번째 판은 그 내용을 확인하는 단계, 그리고 앞의 두 판이 다 맞다는 전제 아래더 나은 것은 없나고민하는 단계가 세 번째 판이란 것입니다. 어떤 결정을 할 때, 더구나 그것이 대단히 중대한 결정이라면 세 번 정도는 생각해봐야 실수나 후회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뜻입니다.

 

사실 우리가 수시로 하는 의사결정은 첫 단계나 두 번째 단계까지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세 번째 단계에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첫 번째 판은 주로 내가 보고 들은 것으로 결정합니다. 만약 여기서 상황을 종료한다면 참 무지하고 게으르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더 알아보려고도, 더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두 번째 판은 보고 들은 내용이 맞는지 크로스체크하는 절차까진 갑니다. 그나마 좀 낫지요. 이제까지와는 다른 각도에서 사실확인을 해보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돌아보면 과연 그 결정이 진짜 옳았는가 싶은 때가 있습니다. 설령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해도그렇게밖에 못했을까’ ‘이런 방법도 있었는데할 수 있다는 거지요. 그것이 바로세 번째 판입니다. 세 번째 판은 고민이 따라야 하는 결정이란 말입니다. 두 번째 판에서 내린 결론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설명이 될까요. 진급을 놓친 한 직원이 억울한 마음에 회사를 때려치우기로 작정했습니다(첫 번째 판). 그 전에 진급에서 빠진 이유는 한번 알아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인사고과점수가 형편없더랍니다. 상사에게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지요. 그래서 직원은 이직의 결심을 굳혔습니다(두 번째 판). 그런데 어느 순간 당장 그만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표를 쓸 땐 쓰더라도 자신에 대한 상사의 판단을 바꿔보려는 노력은 한번쯤 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더라는 거지요. 직원은 이직을 잠시 보류하기로 합니다(세 번째 판)

 

보통 사람들은 두 번째 판에서 대부분의 판단을 종료합니다. 그래서 정작 세 번째 판은 뒤늦은 후회나 회한을 남기는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하고 말입니다.

만약 그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신중하게세 번째 판단을 고려했다면 세상은 달라졌을 겁니다.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결정인 자살이란 것도 생기지 않았을 거고요. 그런 이유로 삼세판은 매우 중요합니다. 결과를 뒤집을 수 있어서? 아닙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를 남기지 않을 수 있어섭니다. 주어진 조건과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삼세판은혼자 하는 내기입니다. 자신과의 대화이고요. 섣부르지 않았나, 실수는 없었나를 되짚어보는 반성입니다. 내가 말하는 간절함이 바로 이것입니다. 삼세판이야말로 간절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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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의 窓

날짜

2018.11.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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