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窓

 

"지금 이 순간"

 

 "어느 팀을 응원하십니까?"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오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내 고향이 대전이니 으레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겠거니, 들을 답을 미리 준비해두고 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내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기는 팀을 응원합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승부욕도 아니고 이해관계도 아닙니다. 그저 나는지금 이 순간기분 좋은 상태로 경기를 즐기고 싶은 것이지요.

 

뮤지컬지킬 앤 하이드에 나오는 유명한 곡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란 노래지요. 그 노랫말이 문득 마음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지금 이 순간을 어찌 보내고 있나 해서요. “지금 이 순간 내 모든 걸 내 육신마저 내 영혼마저 다 걸고 던지리라 바치리라 애타게 찾던 절실한 소원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은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나와 같이 있는 사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이 모두가지금 이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린 지난 시간에,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정신과 에너지를 너무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늘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에게만 충실하면 누구도 그 사람을 비난하진 않을 텐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만 충실하면 누구도 그 사람을 나무라거나 탓하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우리는 늘 오지 않은 결과를 걱정하고 늘 지나간 일에 대한 상심으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합니다.

 

들은 얘기 한 토막 해볼까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임원 부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어느 부인이 남편 자랑을 한답시고 이렇게 말했다네요. “회장님, 우리 남편은 집에 와서도 항상 회사 걱정만 한답니다.” 정 회장이 뭐라고 했을까요. “그 친구는 회사에 와서는 집 걱정하느라고 일을 제대로 못하던데요.” 회장의 말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지만 마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회사에서는 회사에 최선을 다하고 집에 돌아가면 집에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아내 앞에서는 아내가 최고인 거고, 부모님 앞에서는 부모님이 가장 중요하고, 친구를 만나면 그 친구가 제일 좋은 친구이면 됩니다.

 

일찌감치 러시아 대작가인 톨스토이도 그 유명한세 가지 질문으로 간단하게 정리하지 않았습니까.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유일하게 지금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하고 있는 일이다. 결국 내일의 일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앞으로 그 사람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하는 가장 멍청한 일도 정리가 되겠지요. 어제 상사에게 꾸지람 들은 것을 걱정하다가 오늘 일을 제대로 못해 또 지적을 받고, 내일 있을 행사 생각에 오늘 행사를 제대로 처리 못하고, 점심 때 만난 사람 얘기를 건성으로 들으면서 저녁에 만날 사람만 생각하는 거지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 이 일만 하고 이 사람만 보면 됩니다. 그 외에는 다 버려도 됩니다. 지금 안 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지 말고, 지금 보지 않은 일을 그리지 말고, 지금 눈앞에 없는 사람을 생각하지 말고 순간에 충실할 것. 정말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의 인생이 환해지고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굳이 무엇을 더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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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의 窓

날짜

2018.11.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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